미국주식 이야기

구독경제, 스트리밍의 위기 (feat. 넷플릭스 & 스포티파이)

톨톨톨톨 2022. 5. 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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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이맘때 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규칙 없음을 읽고 굉장히 감화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책이 매우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뤄낸 넷플릭스만의 독보적인 기업문화는 타성에 젖어있던 나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렇게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큰 전성기를 구가해오던 넷플릭스는 2년이 지난 현시점 아주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넷플릭스의 YTD 주가 추이. 출처 - Yahoo Finance

넷플릭스 주가 폭락이 보여준 성장의 한계

연초 600달러 선에서 형성됐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4월 29일 기준 종가 190달러로 YTD(Year to date)기준 68%의 하락률을 보여줬다. 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아래와 같은 기사들을 양산해내며, 넷플릭스를 코인베이스, 메타와 함께 올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여준 리스트에 등재되기도 했다.

 

Netflix, Coinbase, and Meta lead Wall Street’s biggest year-to-date losers list

Netflix leads the downward charge as market turbulence continues.

finance.yahoo.com

주가 하락의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넷플릭스의 비즈니스모델은 굉장히 명확하다. 맥도날드, 치폴레같은 소비재회사들의 매출은 품목의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카테고리 등을 종합한 매출로 판단을 하겠지만, 넷플릭스는 유저가 내는 구독료를 매출로 잡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이용자(구독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간단히 정리하면 넷플릭스의 매출구조는 Monthly Membership fee(P) X The number of users(Q)인 셈인데, 현재 넷플릭스의 구독료 매출이 일정한 데 반해 매 분기 일정하게 증가하던 구독자 수가 처음으로, 심지어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다. 여기에 반영된 함의는 꽤 크다. 코로나의 완화로 더이상 사람들이 OTT를 안보고 외출을 할 수도 있겠으나,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여태 개척해왔던 유효시장의 크기가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러-우크라 전쟁 발 러시아 시장의 구독 감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가 넷플릭스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미미했기 때문에 변변찮은 변명으로만 보인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발표된 전망치를 보면 2022년 2분기에는 200만명의 추가적인 유저감소를 예상했다. 여태까지 줄곧 유저성장만 외쳤던 넷플릭스가 본격 성장감소를 전세계에 발표한 것이다.

이날의 발표로 인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서비스인 로쿠(ROKU),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O), 디즈니(DIS) 등의 주가는 말그대로 박살이 났다. 산업을 선도하는 대장이 무너졌으니, 그 대장이 갔던 길을 열심히 추격하고 있는 동종업계 회사들 역시 같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경쟁의 한계

넷플릭스의 성공을 필두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었다. 해외에서는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HBO의 HBO Max, ROKU, 아마존의 프라임, Hulu 등 이미 너무나도 많은 회사들이 OTT 시장에 진심이다. 국내만 하더라도, 왓차, 티빙, 시즌, 웨이브 뿐 아니라 아마존을 완벽히 카피하려는 듯 쿠팡 역시 쿠팡플레이를 열심히 서비스하고 있다.

이 모든 스트리밍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점.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역시 이제 많은 가정이 한 가지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스트리밍을 두 개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넷플릭스 + 티빙 등) 그러나 이러한 유저들이 하나하나 가입해 나갈(Churn 이 발생하지 않고) 경우 가구당 한 어카운트씩을 가지게 될 경우 전체 시장의 파이가 더 이상 늘어나가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P를 늘리거나 Q를 늘려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그 모든 패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쉽게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P(Pricing) 높이기

넷플릭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미 굉장히 많은 투자를 단행해왔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하게 된 오징어 게임 외에도 브리저튼, 셀링선셋, 하우스오브카드, 오자크 등 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기획하여 자체 제작 컨텐츠 확보와 더불어 인기 있는 IP들을 확보하기 위해 굉장히 큰 지출을 감수해왔다. 이 지출은 유저들이 지출하는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미 한국에서도 플랜별로 구독료 인상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빠른 주기로 구독료를 인상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해 유저들을 락인(Lock-in )시키려는 노력이, 오히려 가격 인상을 촉발하여 유저들의 탈퇴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미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OTT 참전으로 인해 디즈니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IP들을 더이상 쓸 수가 없게 됐고, 여러 경쟁자들이 지속적으로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Q(The number of subscription users)를 늘리기

가격을 올리는 방법은 큰 악수가 될 수도 있기에,  넷플릭스가 만지작 거리고 있는 또다른 카드가 바로 동시 시청 기능의 제한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허용했던 정책을 바꿀 경우, 기존에 4명씩 나눠서 비용을 냈던 수많은 유저들(합법이라고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의 대량 탈퇴가 이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컨텐츠는 더이상 구독자들에게 볼모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주가가 속절 없이 하락함에도 두 카드 모두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 구독자들에게 부가가치를 더하는 개념으로 게임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게임은 너무 뜬금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포티파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Freemium 버전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넷플릭스의 상징과도 같은 Ad-free를 버리고 투트랙으로 간다는 내용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특히나 Freemium 모델의 경우, 기존 유료 구독자들이 부분유료모델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어떨까

스포티파이 역시 실적발표를 진행하며 아주 거친 하락폭을 보여줬다. 최근 나스닥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린 건 넷플릭스지만, 다른 스트리밍 기업들 역시 근본적인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에 여진은 꽤 길 것 같다.

스포티파이 역시 글로벌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음원시장의 특성상, 스포티파이가 특정 음원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하기엔 한계가 있다. 자체 컨텐츠를 보강하기 위해 여러 유명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해왔으나, 이 영입이 스포티파이 자체에 어느 수준으로 Monetization이 되고 있는지 그 수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모두 자체 카테고리에 있어 AI를 바탕으로 한 컨텐츠 추천 기능을 바탕으로 비교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으나, 이젠 후발주자들도 비슷한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오히려 애플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생태계를 바탕으로 펼치고 있는 애플뮤직, 아마존의 프라임서비스에 더해진 프라임비디오 등이 주는 부가가치가 구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인 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구독자를 늘릴 수 없을 경우, 가격을 올리는 방법 뿐일텐데 이 위기를 어떤 식으로 타개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스트리밍 회사들에 대한 투자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기업들의 생존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에 대한 투자는 망설여지지만, 구독경제가 반드시 스트리밍회사들만 일컫는 표현은 아니다. 일례로 애플도 조용히, 그러나 충실하게 구독모델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에도 모든 가이던스를 상회한 애플의 실적은 서비스 매출의 공고한 성장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아래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만 보더라도 애플의 구독매출이 얼마나 엄청난 캐시카우인지 알 수 있다.

서비스 분야 -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티비+, 아이클라우드를 포함한 구독사업이 한화 약 25조의 매출을 냈고, 17%의 성장률을 보여준다.

The services segment — which includes the App Store, Apple Music, Apple TV+, iCloud and other subscription businesses — notched a record $19.8 billion in sales for the quarter, up 17%.

 

Apple Services Revenue Climbs 17% to Record $19.8 Billion, as iPhone Growth Slows but Still Hits All-Time High

Apple’s digital services businesses fueled top-line growth in the first three months of 2022, as overall the tech giant handily topped analyst projections despite supply-chain challenges. The…

variety.com

앱스토어 매출은 구독경제 모델이라고 하기엔 모순이 있으나, 나중에 이 services segment가 충분히 큰 파이가 되어 하위 매출별로 나누어서 발표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은 애플만의 ecosystem 구축이라는 다른 회사들이 해내지 못한, 가보지 않은 길을 홀로 유유히 가고 있는 말도 안되는 회사이다.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의 우위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모든 디바이스들이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운영체제, 더 나아가 iCloud 등을 결합한 애플의 생태계는 유저들에게 지속적인 악세사리 구매, 애플워치 구매를 촉발시키는 은은한 촉매재를 주입한다. 이러한 엄청난 락인효과를 바탕으로 완성된 절대적인 유저수는 앱개발자들로 하여금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앱스토어 입점을 선택이 하는 필수적인 절차로 이끄는 효과를 낳는다.

매출파이프라인이 비단 구독하나로 끝나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하며 또다른 락인을 낳기 때문에, 애플의 구독모델은 다른 스트리밍회사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낳는다.

이외에도 경쟁자가 없는, 분야별 절대적인 독점력이 있는 회사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최근들어 주가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어도비 역시 전세계 디자이너들과 동영상 편집자들에게는 없어선 안될 프로그램이다. 동영상 쪽에선 애플의 파이널컷프로 등도 선전하고 있지만, 어도비의 영향력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준이고 광고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그 행보가 기대되는 회사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기존에는 오피스 365회사로만 인식이 되어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은 Azure의 성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분야의 최고 강자(AWS)자리를 넘보고 있다. 오피스 365역시 구글에서 열심히 카피를 해왔지만, 여전히 오피스 365를 대체하기엔 갈 길이 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기존의 매출파이프라인을 견고히 유지하며 새로운 먹거리에 꾸준히 투자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구독경제 위기 국면에 있어서도 자랑할만한 생존력을 넘어 주가상승여력도 보여줄 것이다.

기승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된 내용같지만, 넷플릭스가 보여준 구독경제의 Wakeup call을 무시하지 말고, 진정한 옥석가리기에 돌입할 시점이다. 나스닥이 연일 무너져내리고 있지만, 위기 속에서도 견고히 살아남는 기업들은 이후에 훨씬 더 높은 주가상승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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