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국평오는 단순한 경멸에 불과할까?

톨톨톨톨 2023. 9.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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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웃스탠딩 구독자 그룹이라는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참여하고 있다. 발언을 해 본 적은 없는데, 참여인원이 1,500명이나 되다 보니 흥미진진한 주제가 펼쳐지기도 하고, 단순 어그로성 토픽이나 가끔은 선동글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최근에 어떤 사람이 국평오라는 발언을 해도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 나도 인스타나 유튜브 댓글에서 가끔 봤던 약어 같아서 확인해 봤더니 대한민국 국민평균은 수능 5등급이라는 단어를 함축하여 줄인 말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평균은 수능 5등급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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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wiki

이슈가 화제거리가 되는 단어들을 찾아보기엔 나무위키만 한 곳이 없어서 링크를 첨부해 본다.

누가 만들어 낸 단어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정규분포상 5등급 부근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고작 그런 말을 하려고 이런 단어를 만들어서 쓰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사진 출처: 록히드 마틴(어패럴 뉴스)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에 불과하여

지난 2016년 고위공직자 나향욱이 했던 발언으로 한동안 뉴스를 뜨겁게 달구며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발언이다. 정몽주니어라고 불리는 정몽준 아들의 대중을 향한 발언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반짝 조명을 받았던 바가 있다.

어제 친한 후배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며 그런 얘기를 했다. 후배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최근 몇 년간 끈질기게 잘 버티면서 운영하고 있다. 후배 본인의 경험담과 더불어 나도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화장품 사업 얘기를 보탰다. 골자는, 상품은 대체로 판매자가 마케팅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대중들의 구매행동을 촉발하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든 없든 제품 그 자체와는 무관한 환경에 의해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ㄱ회사는 A라는 화장품에 실제로 기미 제거에 대한 효과가 검증된 바가 없지만 기미에 효과가 좋다는 비타민A(이건 그냥 꾸며낸 것이다.)가 함유되었다고 홍보를 한다. 심지어 그 비타민A라는 성분 역시 기미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지만, 기미라는 특정 트러블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 단순히 단어 몇 개를 더해 마케팅을 함으로써 구매를 이루어 낸다. 이 소비자는 기미와는 상관없는 화장품을 구매하여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상 기미가 조금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장품 리뷰에 기미에 좋은 화장품이라고 별점 다섯 개를 남긴다. 이 리뷰는 또 다른 소비자로 하여금 기미에 효과 있는 화장품이라는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실제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어떤 수단으로도 대리 홍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 출시되고 있는 수 만개의 화장품들이 만들어지는 공장들이 전국에 몇 개 없고, 한국콜마의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장에 의뢰하면 R&D는 고사하고 향, 점성, 용량, 색상 등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본인이 화장품업계 종사자가 아니기에 더 상세한 내용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예시로 든 화장품을 포함하여 여러 제품들은 전자상거래에 있어서 대부분이 좋은 마케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게 바이럴마케팅이 되었든, 브랜드마케팅이 되었든간에 말이다. 물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역시 능력의 영역이고 이 때문에 카피라이터, 그로스마케터 등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 로고에 민감한 한국인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데, 아주 재밌고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발견했다.

 

컨템 아웃도어 ‘록히드 마틴’, 상품·유통 본격 확대

두진양행(대표 이욱희)이 이번 추동 시즌 컨템포러리 아웃도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을 런칭하고, 상품 구성과 유통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프리 오픈했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

m.apparelnews.co.kr

잠깐, 록히드 마틴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군수기업 그 록히드 마틴?

맞다. 그 록히드 마틴이다. 한국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말레이시아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로고를 달고 새로운 의류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웃긴 건 이 사례가 첫 번째가 아니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 그 인기를 검증받은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코닥 등의 브랜드는 의류와는 관계가 1도 없음에도 인지도가 있는 로고를 통해 백화점에 입점을 하고 우매한 대중들에게 의류브랜드로써 성공적으로 포지셔닝을 한다. 아마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MLB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만큼 브랜드 로고에 집착하는 중국에서 MLB가 빅히트를 쳤다는 사실은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예전부터 유행에 민감한 한국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은 아무래도 인스타, 틱톡 등을 통한 소셜미디어의 결합과 함께 그 효과가 배가 된 것이 분명하다. 필자의 학창 시절엔 노스페이스 패딩이 전국적인 유행을 했고, 요즘 몇 년간 중고딩들이 그 영역을 넓혀 몽클레어 패딩 등까지 일종의 유행 대열에 합류시켰다는 얘기도 들었다. 부모들의 등골이 휜다는 사실은 심지어 인플레이션의 적용까지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최근 유행했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특징을 살펴봐도 꼼데, 아미, 메종키츠네, A.P.C등 중고가 라인부터 톰브라운 등의 고가라인까지 하나같이 브랜드 로고 등 딱 보이는 특징을 무기 삼아 그 판매량을 늘려온 제품들이다. 요즘에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르디메크르디 등 다소 무리하지 않는 금액대의 의류들이 거리에서 자주 보인다. 적당히 기본빵의 디자인은 하면서도 포인트 있는 로고가 있는 의류들이 주를 이룬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을 수 있다. 그게 명품인들 내가 소비여력이 있는데 뭣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문제는 무비판적인 소비와 무절제한 소비에 있다. 단순히 브랜드라서 지갑을 열고, 본인의 합리적 지출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소비를 하는 것이 큰 문제다. 의류에서 시작한 논의이지만, 그 영역을 자동차나 집으로 확대해도 큰 괴리가 없다. 이제 막 첫 연봉도 받지 않는 초년생들이 중형차를 구매하고, 무리해서 할부로 외제차를 구매하고 한다는 게 별로 정상적인 흐름으로 보이지 않는다. 본가에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된다면 애초에 시작할 필요조차 없는 논의겠지만, 이러한 소비습관을 바탕으로 높아진 눈높이에서 서울에 있는 집, 브랜드 아파트 등 결코 낮아지긴 어려운 높은 기준점을 잡고 본인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소비습관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고?

본인은 사회학자도 아니고, 통계학자도 아니다. 여러 가지 단편적인 팩트들을 모아서 하나의 가정에 가까운 결론을 도출할 뿐이니 당연히 오류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역대급으로 낮아진 출산율은 소셜미디어, 가짜뉴스, 미디어 등을 통해 노출된 과잉정보, 높아진 스탠다드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 즐겁게 사는 사람들,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연령대에 따라 다양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출산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행복하게 부유한 환경에서 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춰준다. 마치 이 정도는 살아야 표준인 것처럼. 수년 전 유행했던(이젠 십 년도 넘은 것 같지만) 육아예능부터 시작된 관찰예능들 역시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주며 저 정도는 살아야 하는 것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박탈감을 안겨주고 저 정도로 살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포기까지 하게 만드는 부작용까지 낳아온 것들이 사실이다.

물론, 저출산에 대한 이유를 저 한 가지에서만 찾는 것은 당연히 옮지 못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일반화 됐고, 맞벌이부부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는 이때에 한 사람의 삶에 희생을 강요하며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무는 구시대적이고 설득력도 없다. 이 변화한 환경에 대응해 정부가 보다 출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여러 경제지표는 그 어느때보다도 선진국 반열에 가장 가까운 상황이지만, 행복지수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가장 가난했던 그 시절의 출산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다. 가장 부유한 상황이지만, 가장 불행한 세대이기도 하다. 고작 미국에 1년 살면서 막판에 그렇게까지 미국에 남고 싶었던 이유는, 적어도 미국사회는 한국사회만큼 남을 의식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본 미국은 정말로 다양한 유형의 인종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였다. 물론 실상은 그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이겠지만, 적어도 한국처럼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고 개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브랜드 로고를 따지는 풍조는 오히려 표준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필자는 핵T이다. 다소 염세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다소 논조가 공격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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