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6화 후기

톨톨톨톨 2021. 8. 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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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급 옛날 생각이 나서 더 지니어스를 다시 한번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더 지니어스 특유의 BGM이 나오니 굉장히 흥분이 됐다. 게임의 법칙을 순식간에 끝내고, 왕중왕전에 해당하는 그랜드파이널까지 보고 났더니, 예전에 보지 않았던 룰 브레이커랑 블랙 가넷이 보고 싶어 졌다.

집에 설치된 IPTV에서는 다시 보기가 너무 비싸서 애초에 티빙(TVING)을 통해 보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블랙 가넷은 아예 검색 결과에 나오지가 않았다. 어차피 그랜드파이널을 제외하고는 순서대로 보자는 생각에 룰 브레이커를 쭉 보던 와중에, 갑자기 룰 브레이커 6화가 목록에 나오질 않았다.

결과가 안 나오는 이유야 둘째 치고, 더 지니어스 전개상 1화라도 빠지면 흐름 자체가 끊기기 때문에(스킵하고 건너뛸 경우, 생존자들만 대충 나오지 방법이 없다.)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고, 다행히 네이버 시리즈에서 유료로(그것도 2,200원이나 주고) 볼 수 있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돈도 아까웠고, 시간도 아까웠고, 이걸 찾게 만든 tvN에게도 악감정만 남는 이상한 결과만 낳았다.

아래는 해당 회차에 대한 본인의 평이 담겨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한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자.

 

룰 브레이커 6화 최대 희생자 이두희

사실 더 지니어스 시리즈 중에 룰 브레이커를 안 봤던 이유 중에 하나가, 그 당시 더 지니어스를 보라고 추천해 준 후배가 룰 브레이커는 정말 재미가 없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고 단단히 일러주었다. 신분증을 훔쳐갔다는 얘기도 기사 어디에선가 봤던 내용이고, 두뇌싸움을 펼치라는 프로그램 취지 자체가 무색하게 애들 장난이나 했던 회라고 욕먹는 글도 기억이 난다.

첫째로, 이두희는 게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신분증을 잃어버린 채 발만 동동 구르다가 데스매치를 하러 간다. 여러 추측에 의하면 최소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세트 내에서 망연자실하게 있었다고 한다.

둘째로, 일명 X지원, X홍철, X가영, X상민 등 연예인 연합을 주축으로 한 비연예인 연합(여기는 뭐 연합조차 아니다.)인 홍진호, 임요환, 이두희 밀어내기가 에피소드 내내 진행되니 제작진도 이게 편집하기가 어려웠는지, 불멸의 징표 찾기에 대다수의 분량을 할애해 버렸다.

분명 제작진이 중간에 절도 등에 대한 룰 위반, 혹은 새로운 신분증 발급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여 훨씬 더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변수 없는 정치판으로 루즈한 한 회를 보내버렸다.

이두희뿐 아니라, 일찌감치 폭탄 카드를 잃어서 효용이 없어져버린 임요환, 그리고 두뇌게임에 있어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입증해 온 홍진호에 대한 대대적인 견제로 시청자가 보고 싶어 했던 그 어떤 장면 하나도 건질 수가 없는 에피소드였다. 신분증이 없었던 이두희는 게임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으며, 홍진호도 카드가 있었지만 다수 연합이 애초에 카드를 교환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두희 옆에서 힘내자는 홍진호가 그렇게 안타까워 보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데스매치조차 ㅈ목질로 충분히 짜고 칠 수 있는 암전게임을 넣어 놓음으로써, 게임은 게임대로 아사리판으로 만들어 놓고, 출연자들을 혐XX 이미지로 각인시킨 데에는 분명 제작진의 책임이 매우 크다.

누군가 댓글로 쓴 말처럼, 시청자들은 꼴사나운 절도 행각, 다수 연합이 독식한 채로 휘두르는 권력이 아닌 홍진호의 어? 잠깐만 이 훨씬 더 듣고 싶었을 것이다.

룰 브레이커가 시즌 내내 욕을 먹었던 모든 이유가 거짓말처럼 이 한 에피소드에 전부 녹아있었다. 게임에 참여할 수준이 되지 않는 새 출연진들, 높은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던 정치 게임(두뇌게임은 몇 개 없다.), 그 와중에 이미 친분이 있었던(그것도 매우 깊은) 출연진들의 섭외로 인한 ㅈ목질.

게임의 법칙에서 명예롭게 만들어진 콩픈패스와 같은 별명은 룰 브레이커에는 없다. 혐으로 시작되는 출연진들밖에 남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런 패러디도 나왔다.

참고로 룰 브레이커 6화는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추악한 내용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폐지 운동, 시청 거부 운동까지도 이어졌고, 내부에서도 굉장히 시끄러웠던 사건이 된 모양이다. 이 이유로, 티빙을 포함한 VOD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러나 네이버에서는 볼 수 있다. 사실 굳이 네이버에서 유료로 봐야 한다면, 그냥 다시 티빙에 넣어두는 게 낫지 않을까. 2,200원을 더 쓰고 기분이 나쁘고 싶지는 않다.)

6화를 보고 김이 좀 많이 새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이미 수년 전에 녹화가 끝난 프로이지만, 후속 에피소드는 그래도 좀 더 두뇌게임에 가까운 더 지니어스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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