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독서기록]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톨톨톨톨 2022. 8. 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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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저

작년이었는지 올해였는지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책 제목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원제: Atomic Habit)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자주 읽지는 않아도 읽는 책들이 대체로 비문학, 자기계발서였던 터라 한번 각잡고 읽어보게 되었다.

지금 책의 모든 부분을 기억해내기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올해 독서를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을 제공해준 점이다. 올해 초 매 달 두 권, 2022년 24권의 책을 읽기로 다짐했는데, 약 14권 정도를 읽고 있다. 내 집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곳마다 책을 올려둔 덕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려면, 먼저 예쁜 책장이 아닌 자주 보이는 곳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접근을 해볼 수 있겠다.

사실, 올해 읽은 14권 정도의 책들 중 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관한 책이었다. 작년까지 고공행진을 해오던 부동산 장세에서 나는 주식에 관해 아는 것에 비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였고, 적어도 시장을 관망할 수 있는 지식 정도는 쌓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지금은 냉각기에 접어든 이 마켓에서 당장 사지도 않을 부동산 책만 열심히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나의 관심사를 조금 환기해 볼 요량으로 아주 예전에 직장 동료로부터 선물받았던 이 책에 관심이 닿게 되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교보문고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 마이클 샌델 2012년 최신작4월 24일, 한·미·영 동시 출간!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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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화제의 도서를 쓴 저자라는 말은 익히 들었으나, 다소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책제목,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쉽게 흥미를 갖기는 어려운 종류의 책이었다.

선물 받을 때에만 해도 - 아니 여태까지도 본인은 주변에서 굉장히 이치에 밝고 재테크, 부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는 편이었는데, 책을 선물해준 동료는 바로 이 부분에서 아주 정곡을 찌른 책추천을 해준 게 아닌가싶다. 돈으로 뭐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기는 나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박을 해주는 도서라니.

현재 책의 약 절반 이상을 읽었는데, 흥미로운 점이 아주 많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1. 대학교 시절 가장 재밌게 들었던 경제학 강의를 다시 듣는 기분이 드는 와중에, 심지어 내가 최고로 좋아했던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을 저술한 그레고리 맨큐와 저자 마이클 샌델이 여러 경제학적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는 점. 또 다른 저자인(경제학원리 2였던가) 폴 크루그먼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
  2. 나는 평소에 스스로를 공리주의자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한다고 믿고 행동해왔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서양윤리학자들 중에서도 유독 공리주의라는 철학이 설명할 수 있는 여러 합리적 속성, 사회학을 배우며 또 다시 등장한 밀턴과 벤담 등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가장 잘 와 닿는 사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마이클 샌델교수는 이렇게 시장경제가 비시장적 요소에 침투하여 '시장사회'를 만들어내는 상황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차원의 제고를 요청하며 더 나아가 일종의 사회적 담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미 많은 영역에서 비시장적인 영역에 시장요소가 개입하며 해당 가치가 부패하고 공정성을 잃어가는 현상을 목도하게 되는데, 이 부분을 설명하며 아주 현실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위와 같은 이유 이외에도 많은 흥미로운 점이 있겠지만, 이 책이 다소 묘한 점은 특히나 요즘처럼 물질적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추구를 거리끼지 않는 사회적 풍토에서 칸트의 정언명령과 같은 도덕적 불문율을 외친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제도,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더 나아가 이를 시장화 할 수 있는 산아제한에 대한 쿼터제, 벌금과 인센티브 등 이제는 우리사회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물질적 가치, 즉 요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마이클 샌델은 생각을, 각성을 촉구한다. 다소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며, 도덕적 관점에서 그 재화, 가치에 대한 거래가 과연 타당하며, 그러한 거래로 인해 원래의 재화, 대상, 인격, 신체 등의 속성이 변할 수 있음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유독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린 한국사회에 하나의 화두 혹은 경종을 주는 책같기도 하다. 물론 출간된 지 10년이나 되었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읽어보았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재테크, 물질적인 혜택, 경제적 번영과 성공에 몰두한 나머지 크게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들, 더욱 가치 있으며 금액 따위로 평가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사색,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다.

나머지 파트를 다 읽고 어떠한 깨달음을 더 얻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난 김에 써버려야 휘발되지 않을 것 같아 감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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