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신주쿠 야키토리는 오모이데요코초 말고 캡틴요요기

톨톨톨톨 2023. 4. 3. 02:01
반응형

첫째 날부터 신주쿠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오모이데요코초에서 야키토리를 먹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마침 심야식당 도쿄 편을 본 터라, 그 일본 특유의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야키토리가 먹고 싶었다.
가마쿠라에서의 오전 및 오후 일정을 보내고 숙소를 들를 예정이었는데 깜빡 잠든 바람에 신주쿠까지 와버렸고, 내친김에 오모이데요코초로 직행했다. 인스타에도 그렇고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한국인을 포함해 관광객이 약 90프로였고 정작 현지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모이데요코초 골목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심야식당 바이브. 속지 말자.

 

오모이데 요코초

 

오모이데요코초 · 1 Chome-2 Nishi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3 일본

★★★★☆ · 관광 명소

www.google.com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모이데 요코초는 강력 비추한다. 신주쿠역에서 워낙에 가깝기도 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온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한데, 일단 비싸고 퀄리티도 조악하다. 가짓수가 많지도 않고, 심지어 내가 갔던 곳은 주인이 중국말을 하는 장면을 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계속 자리가 날 때마다 들어왔다.

골목쪽을 향해 야키토리를 굽고 있다.

결코 위생적이라고 보기 힘든 조리 과정과 더불어, 야키토리 내용물도 별로 실하진 않다. 딱히 비교할만한 집이 없었어서 얼마나 형편없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정말 돈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모이데요코초의 한 야키토리집 (우리가 간 집)의 메뉴판

꼬치 하나당 저렴한 게 170엔에서 300엔 정도의 금액이었는데, 무난하게 먹어보려고 모둠 6피스짜리 (1,200엔)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가게 밖을 바라보고 있는 야키토리 요리 과정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았고 자연스럽게 호객이 되었다.

사와 한 잔, 하이볼 한 잔.

메뉴가 나올 동안 심심해서 사와랑 하이볼을 한 잔씩 주문했는데, 말린 고기 같은 이상한 안주가 나왔다. 앉아서 듣고 있자니, 이 집이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집이었는데, 안주를 보면서 속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하이볼에는 위스키 맛이 거의 나지도 않고 맛도 없었다.

1,200엔 짜리 오모이데 요코초의 야키토리

한국 이자카야도 크게 대단한 퀄은 아니다 보니 그냥 비싼지도 모르고 대충 먹기는 했는데, 특출 나게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지난번 오사카를 갔을 때는 퀄리티가 좀 더 괜찮았던 것 같은데.. 했던 아쉬움이 좀 있었다. 꼬치도 한 번에 다 나온 것도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주듯이 나와서 시간이 꽤 걸렸다.

좀 더 앉아있다가 나왔는데, 웃긴 게 인 당 300엔씩 자릿값을 추가로 받더라. 이 집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사이즈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징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별로 먹은 것도 아닌데 돈이 우습게 나왔다. 더 오래 있자니 음식이 그저 그렇고, 일찍 나가자니 본전 생각나게 하는 아쉬운 곳이었다.

오모이데 요코초의 모든 가게들이 이렇진 않겠지만, 사실 가게를 정하기 전에 한 두 바퀴 정도 돌아보고 들어온 곳이라 나중에 쭉 둘러보니 대충 각이 나왔다. 한국으로 치자면 명동에서 김가네 김밥집에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김가네는 한국인들도 많이 가지만, 여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일본인들이 술 한잔 하는 장면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

원하는 만큼 야키토리를 먹지 못해서 좀 아쉬웠던 찰나에, 현지 직원이 알려준 신주쿠 근처 이자카야가 생각났다. 가게를 알려주긴 했는데, 타베로그 링크를 줘서 좀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어찌어찌 번역을 잘해서 찾아보니 마침 신주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될만한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캡틴요요기

 

 

Captain Yoyogi · 일본 〒151-0051 Tokyo, Shibuya City, Sendagaya, 5 Chome−20−22 ほぼ新宿のれん街

★★★★☆ · 이자카야

www.google.com

여기는 이번 내 도쿄여행의 1 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맛집이었다.

도착했을 때가 약 10시였는데, 아쉽게도 일본지사의 직원이 추천해 준 그 집은 조금 일찍 영업을 종료한다고 했다. 마침 이 거리 자체가 이자카야 여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라 대안으로 갈 만한 곳은 많았다. 오히려 한 번 당하고 나니 좀 더 신중해졌는데, 호객을 따로 하는 집은 걸러냈다.

10개의 주점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인데, 거의 현지인만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은 별로 없는데,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아까 오모이데 요코초에서 봤던 담배연기 자욱한 그런 광경도 보기 힘든 괜찮은 이자카야들이 모여있었다.

영어 메뉴가 전혀 없는 이곳. 덕분에 빡세게 파파고를 돌렸다.

그렇게 들어간 가게가 바로 캡틴요요기라는 곳인데, 아주 괜찮은 이자카야였다. 야키토리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을 다 맛볼 수 있는 곳이었고, 조리 과정도 볼 수 있는 와중에 아까와는 다르게 위생적인 환경이었다.

우리 같은 외국인을 위해서 QR코드를 찍고 주문할 수 있는 웹페이지를 알려줬는데, 아쉽게도 모든 메뉴의 사진이 제공되진 않다 보니 주문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주문한 게 모둠꼬치 5종.

결과는 대성공. 내가 기대했던 야키토리가 여기있었다.

일단 기본안주부터 근본이 있었다. 무를 넣고 우린 어묵탕 같은 국물요리를 줬는데, 아주 시원한 맛이었다. 친구는 진저하이볼을 주문했는데, 나도 한입 마셔보고 너무 맛있어서 바로 주문을 할 뻔했다. (필자는 원래 1년에 술을 한 잔도 안 한다.)

피망볶음인데 고기가 닭의 간을 쓴 요리였다.

같이 주문한 간피망요리(?)도 정말 맛있었다. 저렇게 해서 5-6천 원 사이였던 거 같은데,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사실 비건메뉴가 아닌가 했다. 콩고기라든지.. 근데 닭의 간을 사용한 요리라 엄청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거였다.

딴 데서 배를 채우고 오기도 했고 라스트오더가 10시 30분이라서 아쉽게 저것만 먹고 왔는데, 나중에 기억에 너무 남아서 결국 5일 차 되는 날에 다시 왔다.

신주쿠역에서 여길 가다보면 파출소가 나온다.

신주쿠역에서 가는 길에 있던 파출소는 어딘가 심야식당에 나온 그 파출소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고아성이 나온 편에 분명히 저기였던 것 같은데..

두 번째 간 날에는 바로 캡틴요요기로 가기엔 아쉽다고 다른 집도 들러보기로 했다.

약간 뉴욕의 한인타운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이쪽 스트릿(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은 어린 친구들 - 대체로 20대 초중반이 많았는데, 노량진 회센터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맘에 드는 집에 앉아서 바로 주문을 하는 그런 형태였다.

나폴리탄 스파게티

친구가 일본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한번 먹어보고 싶대서 앉았는데, 의외로 음식을 하나만 시킨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여기에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엄청나게 큰 맥주가 나왔고, 아쉬운 맘에 최대한 마시고 나왔다.

맥주가 최소 700은 되는 거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여기도 자릿세(일종의 상차림비)가 있다. 그래서인지 한 번 앉은 애들은 다른 가게를 안 가더라. 몰랐지 나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찔끔찔끔 먹으면 되는 줄 알았지..

다시 제대로 된 집에 가서 먹자는 목표를 갖고 캡틴요요기로 돌아갔다.

돈지로랑 기본안주.

이번에도 메뉴판을 살펴보던 와중에, 심야식당 도쿄 편 오프닝에 나오던 바로 그 메뉴 - 돈지로를 판매하고 있었다. 마스타가 맨날 우무를 잘라가면서 만들던 그 메뉴를 먹어볼 생각에 바로 주문했다.

저게 아마 450엔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안에는 곱창 같은 게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일본식 돼지국밥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도 이걸 쓰면서 침이 고이는.. 그런 맛이다.

맛있어서 그냥 종류별로 많이도 시켰다.

돼지찜(우측)이 650엔, 피망이 250엔, 진저하이볼이 잔 당 580엔. 다른 것보다 작은 양으로 여러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포인트였다. 돼지찜은 엄청 부드러운 수육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담백하고 식감이 좋았다. 조금 느끼할 수 있는데 같이 나온 채 썬 파랑 먹을 때 조합이 좋다.

하츠모토? 쓰쿠네시오? 용기를 냈던 우리의 주문..

모둠꼬치 말고 야키토리 중 괜찮은 메뉴 단품을 하나 주문하고 싶어 주문했는데, 아쉽게도 모둠에 포함된 애를 시켜버렸다. 물론 맛은 너무 좋았다.

캡틴요요기의 꼬치5총사. 실망이 없다.

이것저것 다 다양하게 먹었는데 5,160엔이 나왔다. (한화 약 51,600원, 100엔 = 1,000원 가정) 비슷하게라도 이 구성을 오모이데 요코초에서 먹었더라면.. 최소 8,000엔은 나오지 않았을까? 일단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

현지 직원이 추천했던 집은 노렌가이라는 집이었는데 여기도 근처에 있으니 혹시 궁금하다면 가보길 추천.

 

호보 신주쿠 노렌가이 · 5 Chome-20-10 Sendagaya, Shibuya City, Tokyo 151-0051 일본

★★★★☆ · 이자카야

www.google.com

일본인들이 많이 쓰는 맛집 평가 어플 타베로그를 보면 일본인들이 얼마나 점수에 박한지 새삼 알 수가 있다. 물론 한국도 NPS점수 등을 보면 얼마나 5점을 안 주고 3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지 알 수 있지만, 일본은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거 같다.

오모이데 요코초랑 캡틴요요기를 가보고 느낀 점. 절대 관광객만 많은 곳은 피할 것.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집을 갈 것. 구글 리뷰를 너무 신뢰하지 말 것.

신주쿠 말고도 맛집이 많겠지만, 신주쿠 근처 야키토리집은 이곳을 강력추천 하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