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외국계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 1

톨톨톨톨 2022. 3. 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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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로 만든 웹사이트의 운영을 종료한 뒤, 해외인턴,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빈도가 줄어든 것 같아 정리를 해보려 한다.

필자는 현재 외국계 스타트업에서 6년차를 향해 일하고 있다. 인턴(여기 역시 스타트업) 경험까지 포함하면 이미 6년차, 7년차를 향해 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예전보다 첫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고르는 많은 졸업생들이 생기고 있고, 대기업,중견기업 출신의 경력직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아주 많이 늘었다.

요즘엔 워낙에 국내에도 좋은 스타트업, 예를 들면 네카라쿠배당토(?)등의 많은 네임드 회사들이 자리를 잡았고,(앞에 세 회사 네카라는 엄연히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내가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2017년 경과는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인식에 많은 개선이 있었던 덕이 크다.

시계를 2016년으로 돌려보면

필자는 4학년을 수료하고, 인턴 기회를 알아보고 있었다. 어렵게 내린 결정으로 해외인턴을 우선 순위로 잡고 있었지만, 혹시나 몰라서 지원 했었던 당시 스타트업(지금도 나름 잘 나가는 회사가 되었다.)에 면접을 보게 된 적이 있다. 당시 스물 여섯의 나이로 첫 인터뷰를 보러 갔던 내게, 심지어 인턴 면접이라 큰 기대감을 갖지 않고 갔던 내게 그 때의 경험은 아직 나름 생생히 남아 있다.

나름 그 회사와 관련된 여러 기사를 찾아보고 면접을 보러 대기하는 와중에, 면접은 다대다 면접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면접관 2명에 지원자 3명 조합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같이 면접을 보던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서른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서른에 첫 취업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편이지만, 당시 내가 가장 어린데다 다른 면접자들이 까만 정장을 입고 와서 조금 놀랬다. 분명 스타트업이랬는데.

면접 때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사실 별 기억이 없다. 강렬하게 기억이 남았던 건, 누군가의 분석 자료였다. 회사에서 준비해오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그 지원자는 그 기업이 판매하고 있던 소프트웨어(B2B솔루션이었다.)를 사용하고 있는 리테일들을 돌면서 나름의 후기와, 통계 등을 조사해서 열심히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 지원자가 합격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떨어졌다. 저 정도의 태도, 절박함을 가지고 면접을 봐야 하는구나 하는 교훈을 얻었고, 덕분에 나는 해외인턴이라는 기회를 통해 뉴욕에 있는 외국계(+한국계)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Why Startup?

나는 2016년 그 이전부터 기업의 비즈니스,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경한 편이었고, 취업준비를 하던 동기나 후배들도 벤처라는 말을 덧붙여야만 대충 이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학교 내 대부분의 취준생이 천편일률적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 공무원만 바라보고 있었던 터였다. 스타트업은 벤처랑 별 다를 게 없는 단어였고, 지금 말로 표현하자면 흔히 좋좋소 수준의 인식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뭔가 다른 게 하고 싶었다. 공채로 들어가는 회사가 아닌 스타트업에서는 나의 진가를 발견해줄 것 같았다. 당시 국내까지 소식을 전해주던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은 회사들처럼 작지만(?) 크게 판을 흔드는, 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실제로 뉴욕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이생각은 훨씬 더 공고해졌는데, 세상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스타트업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우리가 아는 여러 회사들조차 이런 스타트업의 단계들을 거치며 커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한국만 해도, 우리가 매일 쓰는 카카오 역시 한 때 벤처회사였고, 토스 역시 2016년에는 파트너십이 완료된 은행이 우리은행 뿐인 시절이 있었다.

대기업같이 매일 야근을 하며 부품처럼 일하는 것보단, 스타트업의 핵심(?)구성원으로서 여러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캐주얼한 환경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싶었다.

 

첫 미국 스타트업

내가 처음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는 한국인들이 만든 외국계 스타트업이다. 굉장히 독특한데, 대부분의 직원들은 한국에 있지만, 내가 지원한 곳은 미국 본사(규모는 더 작지만 본사라고 부른다.)였고, 직원은 나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었다. 몇 명의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주로 했다.

1년 간의 좌충우돌을 끝내던 시점에, 한국에 귀국을 하며 다른 외국계 스타트업에 지원을 했다. 영어 부족으로 많은 고생을 하긴 했지만, 행운을 가득 받았는지 1년 내내 영어권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고,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경험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꽉찬 1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업무에 대해 배우기보단 일을 해나가는 태도에 관해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 인생 처음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을 만나 가르침을 얻는 자리였다. 

아무튼, 1년 간 열심히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쭉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고, 위의 이유와 함께 외국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되었다. 영어가 많이 부족했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영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볼 참이다.

 

두 번째 스타트업

그렇게 나름 첫 정규직으로 취업한 회사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다. 사원급으로 입사를 했을 당시, 내 사번은 19번이었다. 한국 지사의 열 아홉번 째 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때는 직원 수가 200여 명이 넘어가기도 했고, 나름 초기에 입사한 타이밍 덕에 5년이 안 되는 시간동안  세 번의 승진과 한 번의 부서 이동을 겪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스타트업에 입사할 것을 항상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권한다. 남들이 잘 모르는 세계가 여기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 역시 기회가 있으면 써보도록 하겠다.

 

외국계 스타트업의 장점

스타트업의 정의가 워낙에 다양하므로, 여기서 외국계 스타트업이란 "해외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지 않는 비상장(혹은 상장 3년 내)회사"를 바탕으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명확히 스타트업에 맞는 정의는 아닐지 몰라도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유형의 회사가 맞다.

  • 글로벌 환경,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해외 출장,연수 등의 기회
  • 초기 입사시 스톡옵션 및 빠른 승진의 기회
  • 경쟁력 있는 연봉 및 복지
  • 괜찮은 워라벨(부바부, 회바회)

 

위에 있는 장점은 모두 내가 혜택을 본 주요한 것들인데, 많은 외국계 스타트업이 제공하고 있는 혜택 중 하나이다.

상술했듯, 글로벌한 환경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지사에서 근무하더라도 기본적인 영어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많다. 영어가 장벽이 아닌 사람에게는 기회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토종 한국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너무 속단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회사가 한국 지사를 오픈한 지 1년이 되기 전에 입사를 했다. 사원급으로 입사를 했는데, 현재 직급은 과/차장 급이다. 평균적으로 남자들보다 1-2년씩 일찍 취업을 한 여자동기들도 빨라야 과장인데, 필자는 절묘한 타이밍을 통해 2년 만에 과장을 달았다. 지금이야 작고 보잘 것 없는 스톡옵션이지만, 나름 초기멤버로 스톡옵션도 부여 받았다.

본인은 최고의 복지는 연봉이라고 생각한다. 상여금, 명절선물, 등등. 다 좋다. 다 좋은데 그거 안주고 연봉으로 더 주면 너무 좋다. 보통은 명절상여를 포함해서 연봉/14를 하는데, 저런 방식으로 주는 건 그냥 조삼모사인 것 같다. 요즘은 내가 첫 입사를 했을 때와는 약간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회사에 사원급 연봉부터가 이미 국내 대기업 이상이었다. 기름집이나 현차 정도를 제외하면 대기업 중에서도 이 회사 수준의 연봉을 주는 회사가 잘 없었고, 이런 좋은 출발점은 이후에 승진을 하면서 더 커다란 갭을 만들어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어릴 때 착실히 높여 놓은 연봉은 이후에 이직을 거치며 탄탄한 베이스를 바탕으로 고공행진을 하게 되고, 같은 초봉으로 입사한 두 친구들이라도 연차를 거듭하며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내가 입사를 했던 당시에는 인원이 많이 모자라서 야근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손으로 꼽자면 거의 일주일에 서너번씩 일곱여덟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했고, 그렇게 첫 2년 가량을 보냈다. 일을 하면서도 충원이 계속됐기 때문에, 미친 듯 야근을 할 필요는 없었다. 회사 문화 역시 야근을 강제하지 않고 밀린 건 다음 날 아침에 처리하자는 주의였다. 다만, 입사를 할 때 스스로 정해 놓은 목표가 있었고, 빠르게 승진을 하고 싶은 욕심에 더 열심히 일했다. 다행히 작전이 잘 먹혀 들었고, 승진을 하며 호흡을 고르게 되었다. 회사 역시 해를 거듭하며 비용 차원으로나, 구성원 관리차원에서나 야근을 지양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어 다들 여섯시면 퇴근을 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연근무제 등이 도입되면서 8-10시 출근, 5-7 퇴근으로 자율출퇴근까지 가미되어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물론 부서별로 그 분위기가 다를 수 있고,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요즘엔 회사의 분위기는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으로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긴 한데, 부서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알기는 어렵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구성원과 잘 컨택해서 얘기를 해보면 좋겠지만, 일단 해당 부서의 전반적인 업무 강도는 회사 차원이 아닌 업계차원에서의 리서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일례로 영업, 세일즈는 워라벨 지켜가며 젠틀하게 일하는 회사가 잘 없다.

그렇다면 단점은?

 

외국계 스타트업의 단점

  • 언어 장벽이 있을 경우, 스스로 느낄 수 있는 한계
  • 체계 부족, 시스템 부족으로 인한 비효율
  • 성과 위주로 능력을 인정 받는 분위기
  • 근속 안정성 및 복지 부족

위에도 말했다시피, 글로벌 회사인만큼 영어소통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 같은 외국계라도 IB*이라던지 페덱*등의 회사들은 이미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한지 매우 오래된 글로벌 대기업이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크게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영어를 못한다는 건 작문에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나, 회화가 어려운 정도이다. 회사의 특성과 부서에 따라 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언어능력이 있는 편이고, 특히나 이 능력은 위로 올라갈수록 영향력이 강해진다. 승진을 거듭할수록 본사,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고, 특히나 영미권의 경우 본인의 Achievement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슈가코팅을 하는 능력이 조직 내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라 더더욱 그 중요성이 커진다.

다행인 점은, 승진을 입사 다음날 시켜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필자 역시 해외경험이라고는 해외인턴 1년이 전부이다. 나름 토종(?)이라는 열등감으로 유학파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100%는 아니지만 70% 이상은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뭐, 우리가 평생 직장을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닌데 이정도의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체계와 시스템의 부족은 사실 외국계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스타트업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업무 영역이 확실히 체계가 잡히지 않았거나, 조직을 구성해나가고 있는 단계, 신사업 추진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에는 늘 Grey area라는 애매-한 영역이 있고, 이 일을 누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외국계 특성상 본사에서 디렉션을 줄 경우가 많고, 이 업무를 본사와 논의해야 하는지, 현지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서부터 업무분장과 프로세스가 정립되는 속도보다 문제가 발생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업력이 오래된 회사들조차 이런 문제에 시달리는데, 어차피 겪을 것이라면 어느 회사에서 겪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대기업 경력직들은 늘 이전회사의 탁월한 프로세스를 그리워하는 경우가 많더라.

성과 위주로 능력을 인정 받는 분위기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독이 아니라 좋은 혜택일 수 있다. 외국계 회사의 지사들은 대체로 영업조직을 가장 핵심으로 두고, 덩치가 커져감에 따라 회계, 마케팅, 인사, 경영 등의 부서 등이 추가로 세팅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본질적 추구가치에 영속성과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숫자(성과)는 무시할 수 없고, 이 숫자에 외국계가 다소 더 예민한 감은 있다. 이것도 회사마다 다를 수 있는데, 프로덕트가 워낙에 경쟁력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좋은 숫자가 나오는 회사가 있고, 아무리 용쓰는 재주가 있어도 나아지지 않는 숫자가 있을 수도 있다. (영업의 입장) 이 특성 역시 외국계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에 적용되는 이치라고 생각한다.

위와 비슷한 선상에서 근로안정성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회사에서 여러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더이상 해당 포지션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될 경우, 포지션을 없애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대체포지션을 제안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은 대체로 해외 본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 비해 고용의 유연성이 다소 높은 곳들은 인원감축에 대해 별로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계 회사에서 희망퇴직이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외국계 스타트업의 특성상, 아주 적극적인 HR이 들어오지 않는 한, 현지를 파악하기에도 급급하기에 복지혜택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외국에서 큰 복지가 한국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예를 들면 의료보험이라던지) 그래도 요즘엔 재택근무환경을 제공 한다거나, 무제한 휴가, 생일 휴가 등 여러 복지로 무장한 회사가 많다. 점점 사람 한명 고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직원들의 리텐션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다행히 복지의 수준은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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