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월세 매물이 증가하는 이유

톨톨톨톨 2022. 9.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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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최근 몇 년에 비해 반전세, 즉 일정 보증금 + 월세의 거래형태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정체 혹은 약보합 상태에 접어들었던 부동산 매매가, 전세가와 대비해 월세 계약의 비중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금액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일까?

증가하는 금리추세

출처 - 네이버

부동산 매매가와 기준금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늘 의견이 분분한 문제이지만, 적어도 전세가 및 월세에 대해서는 확연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확실해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작년 11월 기준 1.0%에서 현재 9월 10일 기준 2.5%까지 약 9개월 만에 150bp를 올렸다. 또한 현재 미국 FED의 FOMC의 전망대로라면 연말께 약 4%까지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아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만 간다고 가정해도 최소 150bp를 또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하면, 2021년 11월에 1억을 전세자금을 대출 받은 사람이 1년 간 부담하게 될 이자는 1% 기준 약 100만원, 월 약 8.33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면, 2023년 1월에 1억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사람이 1년 간 부담하게 될 이자는 4% 기준 약 400만원, 월 33.33만원의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수도권의 경우, 대체로 많은 차주들이 1억원 이상의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보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약 3억원 정도를 대출하게 될 경우 기존에 부담하던 월 이자가 33.33만원에서 100만원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본인 역시 작년 2021년 7월에 실행했던 전세자금대출 금액이 2억 5,600만원이었고, 기준금리+가산금리를 더해 총 2.74%의 대출을 갚아나가고 있었다. 성격상 이자 납부일이 다가오는 날보다는 한 달씩 일찍 납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올 7월에는 그게 되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1년마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었고(안타깝게도), 기존 금리(2.74%)가 3.35%로 약 61bp가 뛰어버렸다. 물론 최초 대출을 받았던 시점부터 기준금리가 약 175bp나 뛰었음에도 61bp만 올라간 건 나름 선방한 편이지만, 실제로 납부해야 할 월 이자가 15만원씩 올라가버렸다.

올해 초부터 이렇게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전세대출금액에 대한 이자비용을 내기보단 이 이자비용을 월세로 전환하여 계약하고 있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신용 등 차이가 있어 가산금리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준금리가 늘어날 경우 부담할 이자비용자체가 커지니 월세전환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 증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시스템 자체가 대체로 내 다음으로 들어올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유 있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들고 있으면서 뒤에 들어올 세입자와 관계 없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흔치 않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매매가 뿐 아니라 전세가도 올라가기 때문에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적어도, 내 다음 세입자가 내가 냈던 보증금보다 높은 금액 혹은 적어도 같은 금액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체로 부동산하락기에 발생한다. 가령, 내가 3억원이라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주고 들어왔는데, 그 사이 시세가 하락하여 전세가가 2억원이 됐다면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보증금을 2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이 경우엔 집주인이 어떻게든 1억원을 마련해서 내가 나갈 때 쥐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 집주인이 적당히 대출을 마련해서 준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집주인이 이 집 외에도 여러채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집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엔 이렇게 벌어진 갭을 메꾸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하게 될 경우엔 세입자는 다음 집으로 이사는 커녕, 지난한 법적 다툼을 감내해야 한다. 요즘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전세안심대출, 전세보증보험 등 여러 구제책을 정부에서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며 이런 해결책 역시 문제 해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걸린다.

월세전환은 이러한 보증금 리스크를 헷징하는 수단 중의 하나이기도 한 것이다.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액을 늘림으로써 집주인에게 묶일 수 있는 보증금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대책으로써 그 기능을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기존 전세가: 6억
  • 시중 금리: 4%(기준+가산금리 가정)
  • 월 이자: 200만원(600,000,000 *4% /12)
  • 반전세로 전환시: 3억 / 100만원

위와 같이 전세금을 3억으로 전환시, 전세가가 반토막나지 않는 이상, 보증금 3억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의 수는 굉장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물론 3억원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사람이 많진 않겠지만, 개개인별 자금사정이 다르므로 가정한 상황을 고려하면 좋겠다.

 

대체로 상승하는 금리와 더불어 전세가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세입자들로 하여금 전세가 아닌 반전세라는 선택지로 몰려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금리는 최소 2분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고, 한번 올라간 금리가 최소 수년 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례로, 최근 수 주 동안 부동산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면을 봐도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작년 부동산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2030들은 자본이 많지 않고 일명 "영끌족"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부동산 하락 전망에 대비하여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은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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