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타막SL7과 함께 9번째 남산 라이딩

톨톨톨톨 2023. 8. 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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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막SL7, 이제 구매 한 달 차쯤 된다.

여자친구가 시작한 취미를 따라 나도 자전거에 입문한 지도 1년이 넘었다. 1년 전에는 스페셜라이즈드의 보급형 로드인 알레로 시작을 했는데, 이번에 여자친구가 에이토스로 기변을 하면서 나도 나름 국민모델(?)이라는 타막콤프로 갈아탔다.

곧 SL8이 출시될 거란 소문이 무성했지만, 같은 컬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고 무엇보다 나는 크게 장비빨에 구애받고 싶지 않았다.(라고 하기엔 이번엔 클릿페달에 클릿슈즈까지 구매하느라 적지 않은 돈을 썼다.)

몇 달 전에 스페셜라이즈드 직영점에서 고객들이랑 라이딩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주말에 처음으로 남산을 갔던 적이 있다. 코스는 스페셜라이즈드 한남점에서 쭉 올라가는 길, 빌라단지를 지나 반얀트리 호텔 앞에서 길 건너 약수터, 남산등반까지. 그 이후 코스는 어디였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꽤나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당시 나는 평페달에 알레를 타고 올라갔고, 앞기어도 다 내리지 않고 탔는데 아저씨들의 잘탄다는 칭찬에 마냥 나도 잘 타는 줄 알았다. 여자친구가 그룹라이딩을 화천으로 가게 되면서 트레이닝 겸 같이 남산을 갔는데, 이게 갈 때마다 결코 수월해지지 않았다. 기록과는 상관없이 내가 재밌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탔는데, 기변까지 하고 보니 어느 순간 기록에 연연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에 스페셜라이즈드의 캠페인 중 하나인 #샤라웃마이승리 라는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남산 8분대 주파(기존 최고기록이 9분 30초였다.)를 목표로 세워뒀고, 일주일 만에 조금 무리해서 8분 3초까지 기록을 줄였다. 약수터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갔기 때문에 사실 기록용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힘든 8분이었다.

남산을 갈 때마다 점점 스스로 하나씩 덜 양보하면서 라이딩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방역에서 잠수교를 건너 한남오거리 옆 스페셜라이즈드 매장에서 한 번 쉬고, 반얀트리 앞에서 신호를 두 번 정도 보내고, 그다음에도 약수터에서 한 번 더 쉬고 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라이딩을 했다. 오늘은 약수터에서만 쉬었는데 두 번째로 괜찮은 기록이 나왔다. (8분 23초)

나는 매주 한 번씩 테니스도 하고, 헬스도 두세 번 가고(하체는 한 열흘에 한 번 하려나) 해서 꽤 운동신경이 좋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축구모임에서도 예전보다 체력이 좋아졌음을 체감한다. 그럼에도 남산을 4분대 5분대에 올라가는 존재들이 있다는 점은 정말 경악스럽다. 철티비아저씨들 뿐 아니라, 2030들이 단단한 하체를 가지고 남산을 오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이상하게 내가 남산을 탈 때면 같이 타는 사람들이 없다. 먼저 가고 있는 사람도, 내 뒤에서 날 추월해가는 사람도 없다. 아무래도 시간대를 잘못 고른 모양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그렇게 외롭게 남산 라이딩을 하고 있노라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포기할까 생각이 들다가도 이것도 못해서 뭘 할 수 있겠어하는 내면의 소리도 들리고, 반대로 이걸 버텨내면 회사에서 주는 압박은 압박도 아니야. 부서장 XXㅅㄲ! 하면서 오기로 올라가기도 한다. 음악도 없이 거친 숨소리만 내뿜으면서 자전거와 하나가 되고 있노라면, 정말 몰입의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온전하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내 다리에 대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근육에 대한 몰입. 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이 모든 것을 마치고 정상을 오르고 나면 짧지만 강한 성취감을 얻게 된다. 어찌 됐든 또 이 고난을 딛고 이번 라이딩을 끝냈구나 하는.

남산은 집에서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나름 안전한 코스라 자주 오르게 된다. 지난번 드라이브겸 북악스카이를 간 적이 있는데,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오른다는 게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이 오르막에서 연신 달려오는 차량을 피해 자전거를 탄다는 게 위태위태해 보였다. 좀 더 고수가 된다면 더 요령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도 낙차 하는 게 이 바닥이라 늘 안전주행을 마음속에 새기고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다음 주엔 처음으로 대구에 가서 테스트라이딩을 할 예정인데, 걱정반 기대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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