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투룸 전세로 이사가기 - 1부

톨톨톨톨 2021. 7. 1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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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핵뜬금 없는 얘기이지만, 이번 이사는 예상보다 굉장한 맘고생을 했기 때문에 후기로 남겨보려고 한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자리 잡았던 원룸에서의 4년 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는 투룸에 살아보겠다고 부지런히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이사 갈 곳으로 계약 체결을 마치고, 계약서까지 써낸 과정을 써보기로 했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목차가 탄생할 것 같다.

 

  1. 동네 정하기
  2. 어플 등을 통해 동네별 금액 수준 사전조사
  3. 숏리스팅 후 부동산 방문
  4. 전세대출, 보증보험 등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췄는지 더블 체크
  5. 전세계약체결
  6. 확정일자받기
  7. 전세대출신청
  8. 잔금 결제 및 이사

참고로 본인은 현재 7번 까지 마치고, 이사 날만 기다리고 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번호로 스킵하는 게 빠르다.

 

1. 동네 정하기

자취를 할 때 어느 동네에 살 것인가는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자, 최소 2년 간 이어질 계약 동안 내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나는 직장이 강남 쪽이고, 통근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기 때문에 통근거리 30분 이내로 고려했다. 특히나, 본인 직장의 특성상 강남 뿐 아니라 강북으로 근무지가 바뀔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했기 때문에, 강북으로 가더라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곳이어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계약은 사당에 했다. 내가 가장 주요하게 출퇴근 루트로 사용하게 될 2호선에 있고, 필요시 4호선, 조금 더 걸으면 이수역(7호선)까지 활용할 수 있어서 정말 교통의 요지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사당은 정말로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강남권 출퇴근러들 중 가장 강남에 가까이 사는(서초구 제외) 동네이다. 자매품으로는 낙성대, 서울대입구, 봉천동이 있는데, 사당과 가장 큰 차이점은 동네가 평지로 되어 있는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의 차이다. 이 차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차이다. 사당과 나머지 세 동네의 시세가 꽤 갈리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30-40분 내 출퇴근 거리로 이 동네를 고른다. 물론 대중교통 통근 기준.

 

  • 사당역(사당동, 남현동)
  • 낙성대입구역(봉천동)
  • 서울대입구역(봉천동)
  • 봉천역(봉천동)
  • 신림
  • 송파(잠실역-석촌-송파역 사이)
  • 양재(시민의숲 포함)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내 리스트에서는 많이 제외가 되었는데, 낙성대/서울대/봉천은 언덕이 너무 많아 제외했다. 

부동산 중개인을 따라 여러 집들을 가봤지만, 차 없이 매일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땀이 났다.

신림은 정거장이 너무 멀어지는 기분에 더해 약간 동네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었다.

양재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비용이 너무 비쌌고, 송파는 사실 답사를 하러 가는 날 다른 부동산에 갔다가 계약을 결심하게 되어 가보지는 못했다.

 

출퇴근거리 만큼이나 동네 고유의 환경 역시 중요하다. 본인은 사당의 지리적 이점이 너무나 메리트가 있었지만, 주변 환경을 썩 괜찮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미혼의 직장인이다보니, 주변에 학교라든지 이런 내용 자체가 필요가 없었지만, 주변에 공원이 있어야 하거나 유흥가가 없어야 한다 등의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테니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2. 어플 등을 통해 동네별 금액 수준 사전조사

누구든 가장 쉽게 전세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경로는 직방,다방 등의 앱이다. 집토스,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 네이버 부동산 등 앱이 굉장히 많으니 가능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가 있다.

미리 물건들을 보면 좋은 이유가, 본인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기준이 조금 더 정립되고 구체화 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같은 금액에 3억 짜리 집인데, 어떤 곳은 엘레베이터가 있는데 다른 곳은 없다. 투룸은 동일한데 거실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신축은 5-6년차 주택보다 몇 천 만원 정도 더 비싼 것 같다. 등의 여러가지 정보를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다. 같은 금액인데 어느 동네는 투 룸에 좁은 평수인 데 반해, 어느 동네는 거의 쓰리룸에 가깝다. 아파트 매매처럼 정말 부동산 계약의 영역으로 간다면 이러한 물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전세집 계약 역시 허투루 할 수는 없다. 돈이 아주 많이 걸려있으니까.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아 내가 가려는 동네에 기준을 따져보면 보통 2억 5천 - 3억 정도인데, 신축은 3억 - 3억 5천 정도다. 그러면 보통 전세대출이 80%까지 나온다고 가정하면, 최소 현금으로 6천 - 7천 정도는 있어야 겠구나 라는 계산이 선다.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본인 예산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미리 계약 가능한 금액선을 정해두는 편이 좋다.  

 

사족을 더하자면, 나는 처음 집을 구할 때 별 생각 없이 1,000에 55만원 짜리 월세 계약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는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2년 간 1,300만원이 넘는 돈을 월세로 바치고 나서야 전세라는 좋은 제도가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는데, 같은 집을 전세(1.35억)로 전환하고 1억 대출을 받아서 월 이자로 17만원 가량을 내왔다. 월간으로 나가는 돈이 약 40만원 가량 차이가 나니, 꼭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월세보다는 전세계약을 하자. 

 

 

3. 숏리스팅 후 부동산 방문

다들 그렇겠지만, 직장을 다니다보면 시간 내서 집을 보러 가기가 어렵다. 반차/연차를 쓴다고 해도 원하는 집을 하루 만에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부터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이 좋다. 나는 보통 날을 잡고 앱에서 추려 놓은 리스트에 한 번에 쭉 연락을 돌리고, 주말 혹은 연차를 쓴 날에 한꺼번에 약속을 잡고 쭉 보러 다녀왔다.

 

위에 사전조사 단계와 병행하여 여러 필터링을 해 놓았겠지만, 실제로 가보면 집이 사진보다 너무 작거나 주변 환경이 별로이거나, 옆에 있는 단독 주택에서 기르는 개가 하루 종일 짖거나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집은 너무 좋은데 언덕이 생각 이상으로 가파른 곳, 볕이 별로 들지 않아서 습한 곳, 알고보니 전세대출이 안되는 곳(불법 개조물 등) 등 많은 곳들을 걸러냈다. 

 

부동산에 가면, 보통은 원하는 조건을 다 얘기해 달라고 하는데, 앱에서 본 곳만 볼 필요는 없으니 잘 얘기해보자.

앱에 등록된 집 말고도, 실제로 단독중개를 하는 물건 같은 경우엔 방문하는 사람 만을 대상으로 보여주기도 하니 다양한 부동산을 다녀보는 게 중요하다. 연락처도 받아 놓고 긴밀한 사이가 되면, 괜찮은 물건이 나왔을 때 먼저 연락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한 부동산에만 의지하면 위험한 게, 집주인들이 그 부동산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부동산에 올라오는 좋은 매물들을 놓칠 수도 있다. 여러 부동산들과 같이 연락하되, 매물들이 겹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니 연락이 먼저 올 경우에는 번지수라던지 사진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자. 이미 내가 봤던 매물이라면 솔직하게 얘기를 해주면 된다.

 

집을 잘 둘러봤다고 하더라도, 집주변 환경은 낮과 밤이 아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쨍쨍할 때 가면 모든 주변 환경이 밝겠지만, 해가 떨어진 뒤에 방문 했을 때 골목이 너무 어둡거나, 생각보다 외지이거나, 집 앞이 너무 깜깜하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말 맘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여러 번 답사를 가서 주변환경을 더블 체크해야 한다. 중개인의 차를 타고 가느라 알 수 없었던 역까지 도보로 걸리는 시간, 주변에 인접한 마트, 야간 상황 등을 알아보려면 다시 한번 방문을 해보길 바란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어 여기까지. 1-3번이 워낙에 중요하다 보니 분량이 많이 길어졌지만, 4-9번은 한 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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