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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값의 하락으로 인해 내가 생각하던 금액의 상한선 밑으로 집값이 추락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초에 불이 붙은 부동산 공부 역시 블로그를 주 단위로 체크하곤 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연신 울려대는 네이버 부동산의 알림에도 다소 미지근하다.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고자 도입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이 1월 마지막 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실수요로 간주되는 최초구입자들이 추락하는 주택의 급매물들을 어느 정도는 받아내고 모양새이다.
실제로 내가 보고 있던 신분당선 (수지-분당 구간) 라인에서는 급매물들이 거래 됐는지 혹은 눈치싸움인지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들 금액이 이전보다는 다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주택지수를 보면 지속되는 주택가격하락이라는 거시 추세에는 변동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그 폭은 다소 완만해진 것 같다.
각설하고, 다소 완화된 이런 주택시장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더욱 주택을 구매하기 어렵게 만든 여러 요인이 있다. 그 중 내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직업 안정성이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전반적인 금리 인상, 이로 인해 내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씬은 그 어느 곳보다도 생생한 영향이 체감되는 곳이다. 당장에 여러 고객사들이 OPEX로 분류되는 여러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직원들에게 주는 급여 역시 OPEX로 간주되어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필자는 나름 어린 나이인 20대 후반에 두 번이나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겪었다. 같이 일하던 또래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인해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회사를 떠나고 나면 내 삶의 가치관을 비롯한 기반 자체가 흔들려버린다.
이번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회사에서 이러한 권고사직을 진행하다 보니 유튜브 등지에는 희망퇴직, 권고사직에 대한 동영상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미국만큼 유연하지 않은 한국의 고용시장에 있어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은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정말 큰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사기업에서 일하기로 한 이상 고용안정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언제든 짐을 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운다해도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부동산, 결혼 등을 먼 얘기로 들리게 한다.
당장에 다음달 월세를 걱정해야 한다면 집값이 아무리 싸더라도 20년 30년짜리 모기지론을 받기까지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할 것이다.
필자는 재무적인 계획 자체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다. 투자 자체는 공격적으로 할지 몰라도, 이에 대한 사용계획은 보수적으로 계획하여 당분간 월급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게끔 대비하는 편이다. 다달이 비싼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형편이라면 다르다. 더 나은 대비를 하기 위해 주택마련이라는, 보통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지출에 있어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하게 만든다.
늘 상황은 모순적이다. 경기가 좋다면 자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고, 나의 고용안정성은 당분간 조금 더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연봉 대비 집값은 더욱 상승해 있을 것이고, 더 많은 레버리지 - 즉 더 많은 대출 위험을 안아야 할 것이다.
지난주 사내공지로 2023년 연봉동결이 확정되었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공지로 내려오고 나니 이 회사 역시 벼랑 끝에 몰려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는 약 2년 주기로 이직을 하며 몸값을 높이는 소위 능력자들이 많다. 그간 여러 핑계로 좋든 싫든 한 직장에 5년을 넘게 몸담고 있는 내게도 이제는 둥지를 나가서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보니 세월은 가고 있다. 2023년은 새로운 나를 위해 정비를 해나가는 한 해로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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