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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감원,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에 부는 칼바람비즈니스 이야기 2023. 1. 23. 18:37반응형
2020, 2021년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인 해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COVID-19으로 파급된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을 헷지 하고자 미국을 필두로 엄청난 양적완화를 시작했고, 그야말로 모든 자산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2020년 3월 곤두박질쳤던, 하루에 5%가 넘게 떨어지는 나스닥, S&P에 더해 서킷 브레이크가 발동하는 등 2017년부터 투자를 해왔던 내게도 꽤 신기한 볼거리가 많았다.
여러 부양책을 통해 가장 호화를 누렸던 것은 다름 아닌 빅테크들이었고,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추가로 향한 곳은 바로 스타트업씬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들 역시 너도나도 몸집 부풀리기에 바빴고, 투자금을 빠르게 소진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기 바빴다. 아쉽게도 2022년 미국의 연준이 여러 차례 FOMC를 통해 금리인상을 시작하자,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은 곳 역시 바로 이런 테크기업과 스타트업들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위기
작년 12월 정도가 되고 나서야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여러 빅테크,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글로벌 불경기에 대한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경기는 이미 2022년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우리의 박살난 주식잔고가 이미 얘기해주고 있지 않던가? 주가하락 역시 하나의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본인은 스타트업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업계에 근무하고 있다보니, 스타트업들의 행동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첫 신호는 아마도 이 기사였던 것 같다.
오늘회는 마케팅적으로나 실제로 이용해본 유저수로나 꽤나 이름이 난 회사였기 때문에 여타 스타트업들에 비해 많이 다뤄졌고, 어찌 보면 집중포화를 당했다.
오늘회의 위기로 인해 훨씬 선배 격인 마켓컬리의 신선배송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강해졌고, 이런 우려와 여러 악재가 겹치며 마켓컬리의 증시데뷔조차 연기되었다.
스타트업들은 그 구조상 투자자들의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이익을 내며 성장하는 스타트업들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이후로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연료 삼아 빠르게 성장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 몸집 부풀리기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채용 인원의 폭발적인 증가와 그에 맞는 새로운 오피스 등 자산에 대한 투자,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여러 비용이 증가하는데, 이 역시 후속 투자를 전제하고 일어나는 행동들이다. 위에 기사에 언급되었듯, 한국에서도 2022년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했다. 앞으로 뛸 준비만 했던 스타트업들이 이젠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고, 본인들의 사업성과를 다시 한번 증명해 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위에 언급된 스타트업들만 하더라도 샌드박스 네트워크, 메쉬코리아(부릉), 정육각, 탈잉 등 이미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여 서비스해나가고 있는 업체들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 신생 스타트업이 아님에도 감원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아주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일 텐데, 이제 초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시장환경이 매우 나빠졌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글로벌 빅테크에도 부는 감원 바람
메타가 감원 얘기를 꺼냈을 때는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주저 앉은 메타의 주가를 바라봤을 때 그럴만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타는 시작점에 불과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역시 전체 고용인원의 8~10%에 해당하는 인력들을 감축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위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2021년만 하더라도 소위 잘 나가던 회사들이다. FAANG을 포함해(신기하게도 애플은 포함되지 않았다.) 쇼피파이, 세일즈포스, 리프트, 스트라이프 등 여러 개발자들을 시장에서 휩쓸어가던 회사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회사들이 가장 먼저 감원을 발표하고 있는 마당이다.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As our revenue accelerated through the pandemic, we hired too many people leading into this economic downturn we’re now facing, and I take responsibility for that,” Benioff said.
팬데믹 기간 동안 매출이 올라가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인원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하락세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책임을 지려 한다.
여러 회사들이 불경기를 맞이함에 따라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비용"에 대한 감축을 시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댈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력 비용이고 이를 감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다음이 바로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는 라이센스 비용. 세일즈포스 역시 SaaS로 대표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다이어트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 365) 등이 비슷한 맥락에 해당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이러한 감원의 여파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된 스타트업들 역시 일부만 해당되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마다 노동법은 다르지만 한국 역시 경영위기에 따른 권고사직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언제든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내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낀 곳은 스타트업이었고, 그 다음이 바로 외국계기업들이다. 최근 몇 년 간 링크드인이 한국의 커리어 관련 소셜미디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이제는 정말 많은 업계 사람들이 링크드인을 사용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글로벌 빅테크는 당연히 외국계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법인에 고용된 인원들도 그 칼바람을 벗어나기 힘들다. 평소에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외국계기업이라는 테두리는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결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인원감축을 강제받게 된다. 실직자가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작년, 올해를 거치며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 특히 한국 법인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무사히 칼바람을 피했음에도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자니 남일 같지가 않다.
현재 약 6년 째 다니고 있는 이 회사는 정규직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이다. 이번 위기가 있기 전에도 나는 두 번의 위기를 목도했고, 약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동료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겪었다. 서른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비슷한 또래의 직원들이 거의 권고사직에 가까운 형태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는 일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또한 나 역시 일부 영향을 받아 새로운 부서로 옮기게 되었고, 그럭저럭 약 3년째 업무를 수행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 전 부서장이랑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가볍게 새해엔 어떤 목표가 있느냐는 말들을 나누었는데, 부서장은 올해 코딩을 배워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신기했다. 내 목표랑 크게 차이가 없어서. 참고로, 부서장은 나보다 약 15년 정도의 커리어를 더 쌓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느꼈다.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지만 15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인상을 내게 주었다. 부서장님은 이제 겨우 50정도인데, 우리의 기대 수명은 이제 약 90을 향해가고 있지 않은가? 운이 좋아 지금의 회사나 혹은 다른 회사들을 전전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고용시장을 돌아봤을 때 기껏해야 55 정도가 은퇴시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OpenAI가 개발한 ChatGPT가 연일 화제로 떠오르며 기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 AI에게 코딩을 해달라고 하면 코딩까지 해줄 수 있는 시대가 코앞에 와있다고 한다. 이미 패스트푸드점, 식당들의 서버가 키오스크로 대체됐는데, 앞으로의 자동화는 얼마나 더 빨리 이루어질까?
이제는 나의 직무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볼 때가 되었다. 감원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짐을 싸서 나간 개발자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다른 회사들에 더 빠르게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가장 필요한 인력을 최종까지 남겨두려고 한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인재가 되어야 한다. 그게 어떤 인재일까?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코딩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직무에 따라 다양한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의 직무가 진보하는 사회의 일부로 사라질 수 있는 단순업무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작년까지는 재테크에 골몰하여 어떻게하면 나의 자산을 잘 쌓아갈 수 있을지에 골몰했다면, 올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재테크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나의 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더 좋은 직장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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