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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를 점령하는 스타트업들비즈니스 이야기 2022. 5. 7. 19:48반응형
테헤란밸리. 판교(테크노)밸리.
처음 이 단어를 사용하던 언론들의 기사를 접했을 땐 이름도 생소할뿐더러 너무 한국 특유의 K-뽕에 취한 단어같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때가 바야흐로 2017년 경이었는데, 당시 뉴욕의 선진문물(?)을 경험하고 마침 실리콘밸리 여행까지 하고 온 터라 내게 저 단어는 굉장히 웃긴 단어였다. 아니 저단어를 기자말고 누가 쓴다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위워크가 테헤란로 위주로 엄청난 확장을 시작하고, 이 비즈니스 판단이 과연 옳을까하고 반신반의하던 사이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그 사세를 넓혀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본격적인 테헤란밸리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밝히는 데 있어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성장은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물론 큰 규모와 기사에 노출되는 내용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1-2년간 테헤란로의 공실들을 메워온 회사들은 IT, 테크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의 그 신선함과 스타트업들의 사옥을 잊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우버를 타고 가면서 차 안에서 바라본 실리콘밸리는 여러 유니콘들이 곧 IPO를 할 그날을 향해 달리는, 자유롭지만 열정이 가득한 도시같았다.
대학을 졸업할 시점부터 늘 스타트업만을 동경하고 투신했던 내게 실리콘밸리는 한국인으로써 늘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도시였다. 한국스타트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한지도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테헤란로, 판교가 새로운 IT, 테크의 중심지가 되어 젊은 탤런트들을 열심히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즐겁다.
네카라쿠배당토
내가 꽤나 싫어하는 말이기도 한데, 첫째로는 내가 봤을 때 과연 저 7개 기업들이 서로 어깨를 견준다?는 표현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부호이다. 네이버,카카오,라인은 이미 대기업반열에 오른 회사들인데 IT라는 특징으로 묶인 것인지, 스타트업으로 묶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배민, 당근마켓, 토스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 아니다. 당근마켓은 이미 신논현역 교보타워의 공실을 해결할 만큼의 규모를 이뤄냈고, 토스가 역삼역 일대에서 임대하고 있는 건물들의 평수를 합친 면적을 알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요즘에는 직방, 야놀자도 합쳐서 네카라쿠배당토직야라는 말도 하는데, 이게 전형적인 한국의 서열매기기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좀 씁쓸한 면이 있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순서가 많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같은 대학서열매기기처럼, 저렇게 기업들을 나열하는 풍토가 과연 해외에서도 흔한일인지는 잘 모를 일이다.
좋은 학교 졸업 > 좋은 회사 취업이라는 전형적인 루트를 많이 밟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예전에 비해 삼성, LG, SK같은 대기업 선호현상이 많이 완화되고 좋은/합리적인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현상은 물론 긍정적인 점이다.
테헤란로는 현재 부동산 전쟁 중
위에 언급된 여러 회사의 본사, 혹은 지사가 소위 GBD(Gangnam Business District)에 입성하면서, 테헤란로 일대는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쿠팡(잠실), 배달의민족(송파), 당근마켓(신논현), 토스(역삼), 컬리(역삼) 등이 이미 테헤란로 일대에 자리 잡고 있고, 카카오(판교), 네이버(판교,정자) 역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해있다.
실리콘밸리 역시 이런 잘나가는 스타트업들, 더 나아가 IPO에 성공한 회사들과 그 인재들이 모이는 요람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도시자체가 만들어내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지속적인 도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반추해보면, 이미 테헤란로와 판교는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이 테헤란로와 판교에 이미 자리를 잡아 성장해나가는 것을 기점으로, 여러 스타트업들이 앞으로도 좋은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 두 지역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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