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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을 밀어낼 수밖에 없는 이유비즈니스 이야기 2022. 1. 29. 18:20반응형
1년에 한번, 연초마다 진행되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을 무사히 넘겼다.
늘 그랬듯이,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하고, 세제혜택의 대상인지 더블체크를 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HR에 보내기까지 리포트 마감기한을 하루 앞두고 밤을 새는 것마냥 이틀 안에 후다닥 끝내버렸다.
사실 본인은 토스, 카카오뱅크 등 소위 인터넷은행이라 불리는 새로운 은행을 표방하는 플랫폼들에 대해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많은 이들이 처음 예상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카카오뱅크가 여태껏 보여줬던 행보는 다소 놀라울 게 없었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이러한 운용비용을 줄인 만큼 금리/대출에 있어서 기존 은행(신한,우리,국민,하나 등)들을 압도할만한 상품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기껏해야 세이프박스라는 CMA통장의 변형 버전으로 아직 금융을 알아가는 단계에 있는 젊은 층들을 공략하기에만 바빴던 것이다.
토스 역시 지난해 토스뱅크를 출시함과 동시에 여러 언론을 통해 기존의 판을 엎을 상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몰라도 은행권 대출규제를 들먹이며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유저 편의로 승부를 보는 카카오뱅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의 시각을 바꾼 건 연말정산에 필요한 서류를 떼면서부터다.
필자는 카카오뱅크에서 약 2년 간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영업시간에 맞춰서 상담을 받기 어려워서 앱들을 통해 비교했을 때 카카오뱅크만큼 빠르게 대출이 되고(이때는 대출액이 크지 않았다.), 금리가 낮은 은행이 없었다. 벌써 십 여년을 사용한 신한은행조차 대출금리는 인색한 편이었다.
당시 굉장히 편리한 대출을 통해 아 그래도 모바일 베이스를 추구하다 보니 이런 점에 있어선 나름의 신속함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은, 이사를 가게 되어 신규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이게 되지 않았다. 무슨 얘기냐면, 기존 대출을 상환한 후에 15일이 지나야만 새로운 대출이 나온다는 이상한 정책 때문에, 카뱅에서는 전세대출을 더이상 고려할 수가 없게 되어 결국 우리은행으로 전세대출을 새로 받았다.
연말정산을 하다 보니, 주택임차차입금원리금상환증명서(이름도 길다.)라는 서류 제출이 필요했다. 나의 2020년은 7개월은 카뱅, 나머지는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상환했기 때문에, 두 은행 모두에서 해당 서류가 필요했다.
같은 서류를 떼는데, 필요한 절차는 아래와 같이 매우 상이하다.
카뱅을 통해 증명서 발급을 시도했을 때, 버튼 세 개 정도를 클릭하고 끝이났다. 바로 내 이메일 주소에 pdf 파일이 첨부된 채로 날아 왔고, 아주 편하게 프린터해서 제출용도로 활용할 수가 있었다.
우리은행도 대출이자 등을 WON뱅킹을 통해 잘 납부하고 있었기에, 비슷한 형태의 절차를 기대했다. 지나친 기대였다.
WON뱅킹을 통해 어렵게 어렵게 증명서 발급 절차를 찾았는데, 상세한 안내는 전송된 문자메세지의 매뉴얼을 따르라는 팝업이 떴다. 문자를 보니 그 무시무시한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회사컴퓨터로 접속을 해보았지만, 공인인증센터(인터넷 뱅킹 로그인을 위해)를 거쳐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대출을 실행할 때 보안카드를 받은 적이 없으므로, 내가 처음, 아주 처음 우리은행 계좌를 만들었던 2010년 언저리에 받았던 보안카드가 필요했다.
다 필요 없고, 이럴 바에는 그냥 지점을 가서 서류발급을 받는 게 낫다 싶었다. 부랴부랴 검색을 해보니 지점영업시간이 3시 30분으로 단축운영된다고 한다. 그 때가 3시 10분이라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가 서류를 뗐다. 신분증을 인증하고, 서류발급 동의서를 작성하고, 서류를 받아 나오기까지 십 여분이 걸렸다.
완벽한 카카오뱅크의 승리였다. 카뱅이 출시된 지가 언젠데. 지금 아이폰13이 나왔는데 유저 편의성을 도대체 어디서 찾고 있는거지? 우리은행은 그래도 제1금융권으로 취급되는 은행이 아니었던가..?
기존 금융권들이 말로는 혁신을 부르짖으며, 지점을 축소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 같이 말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다. 반면에 카뱅은 처음부터 모바일베이스로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업무적인 편의가 굉장히 간소화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고작 하나의 사례이지만, 사실 굉장히 큰 차이가 느껴지는 유저 경험이다.
카카오뱅크, 토스의 당면 과제(?)
카뱅이 출범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은행들이 다루는 상품들에 비해 그 커버리지가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은행 역시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성을 꾀할 수밖에 없겠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기성세대들에게 기존 은행들에 비해 별 메리트가 없다.
유저편의, 유저경험은 분명 새로운 진입층들인 2030, 더 멀리 나아가 현 10대들에게도 좋은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른 은행들의 파이를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하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마이데이터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은행들 뿐 아니라 뱅크샐러드 등의 여러 핀테크업체들도 이 판에 계속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과 같은 메이저 은행들도 머니버스 등 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에 더불어 여러 혜택을 덧붙여 기존 유저들을 앵커링하고, 새로운 유저들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토스의 행보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토스뱅크를 시작으로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등 여러 사업부분을 함께 키워가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에 관심이 별로 없던 친구가 토스증권을 활용해 주식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유저들이 증권시장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에 대한 풀이, 인터페이스의 과감한 전환, 커뮤니티 활성화 등 기존 플랫폼들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며
근래에 들어 카카오라는 그룹 전체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싸늘하게 식었다. 경영진들이 상장 후 스톡옵션 행사를 하며 소위 엑싯을 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눈밖에 났는데, 글쎄.. 이건 스탁옵션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국내투자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영향도 크다.
카카오, LG에너지솔루션 등 모기업이 물적분할을 진행하며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투자자로서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상장 했다고 무조건 투자하고 보는 투자자들의 투기성 행동 역시 정상적인 행동은 아닌 것 같다. 기업이 그 가치 이상으로 평가 받고 주가가 오른 데에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 투기심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며, 그 누구도 투자자들에게 해당 주식을 매수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금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 총액은 약 19조 4천억, 신한지주의 시가 총액은 약 19조 7천억, KB금융의 시총은 24조 7천억.
혁신에 대한 기대는 특정 기업을 가치 이상의 그 무엇으로 올려놓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카카오뱅크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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