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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의 부작용 - 배달의 민족 편비즈니스 이야기 2022. 2. 13. 17:58반응형
플랫폼 경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년 되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 도처에서 시시각각으로 미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먹기 위해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의 앱을 사용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마켓컬리, 쿠팡 등을 사용하는 게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2016년은 필자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낯선 미국땅에서 1년을 산다는 건 겪어온 삶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고, 남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선진문물(?)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 많은 플랫폼들은 생각 이상으로 큰 편리성을 제공했다.
뉴욕시티(맨하탄)은 대중교통이 꽤 잘 발달된 곳이었기 때문에, 우버를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플랫폼앱을 사용할 일이 가장 많았던 건 미국 내에서 여행을 다닐 때였다. 우버/리프트/Gett을 통해 공항에서 숙소까지 편하게 택시를 타고 가고, 에어비앤비로 미리 여행 갈 도시의 여러 숙소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두 앱들은 택시, 호텔 등의 제한된 선택지만 가진 승객/여행객들에게는 꽤 달콤한 여러 대안을 마련해주었다.
위 두 개의 대표적인 플랫폼(우버/에어비앤비)이 언제나 이용자들에게 편익만 제공하지는 않았다. 일례로, 독립기념일같은 큰 행사가 있는 날에 우버,리프트를 잡으려면 기본료에 더해 약 2배~5배 이상 붙어버리는 할증료를 부담해야 했고, 말도 안되는 가격에 이용을 포기하고 지하철역으로 열심히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비앤비 역시 소위 성수기라고 불리는 시즌은 일반 호텔에 버금가는 비용을 제시했고, 집을 여러 채 렌트해서 에어비앤비 용도로만 돌리는 수많은 업자들을 양산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2017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새로운 회사에 취업을 하면서 한국의 여러 플랫폼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한창 성장 중이던, 그리고 현재도 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모두들 잘 알겠지만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2020년 독일계 상장사 딜리버리 히어로(구 요기요의 모회사)에 매각되었다. 당시 한국 스타트업 사상 최대금액으로 인수가 되었기 때문에, 언론은 연일 스타트업 성공신화, 매국 등 여러 방향으로 배달의 민족 신화에 대해 떠들어대기 바빴다. 분명 대단한 성공신화였다. 대기업 자본도 아닌 스타트업이 조 단위의 매각을 이루었으니 대서특필 될만한 이야기였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 음식점들의 사업저변을 확대시켜주었다. 배달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매출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주었고, 특히나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규제 등, 더욱 어려웠을 지난 2년 간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을 수도 있겠다. 거기에 더해 기존 소비자들의 중국집, 치킨 등으로 제한된 배달선택권을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과 디저트로 확대시켜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좀 다르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꽤 부정적이다.
엉망이 된 교통체계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이 메인플랫폼이 되면서 음식배달이라는 생태계 자체에 지각 변동이 생겨났다. 배달음식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경쟁자들(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 우버이츠 등)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배달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라이더들, 파트타임으로 라이더를 지원하는 수가 증가하며 본격적인 긱 이코노미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우버, 인스타카트 등 파트타임으로 여러 잡을 뛰는 긱 이코노미가 대세인 환경이 형성이 됐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반쪽짜리 이륜차 교통체계로 인해 어둠의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다.
수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도로에는 오토바이들이 넘쳐난다. 도로에만 넘쳐나는 게 아니다. 인도에도 넘쳐난다. 모든 라이더들이 서로 한 건이라도 더 많이 배달하기 위해 신호위반을 일삼고, 이들이 일삼는 신호위반은 고스란히 보행자, 차량운전자들에게 돌아온다. 집계된 통계를 보지는 못했지만, 오토바이 사망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라이더라는 일자리를 얻게 되어 수입을 늘리게 됐으니까 이대로 해피엔딩인걸까?
배달비 전가
배달의 민족이 총대를 메고 배달비를 도입한 덕에, 업주들은 배달비를 부담하지 않고 여러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팔 수 있다.(X)
배달의 민족이 총대를 메고 배달비를 도입한 덕에, 업주와 소비자는 둘 다 배달비를 부담한다.(O)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부담하며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 업주도 배달대행료를 부담하며 음식을 포장하고, 준비한다 > 라이더는 한 개라도 더 많은 배송을 위해 여러 건을 받고 순차적으로 배송을 한다. > 소비자는 식어버린/불어버린 음식을 받는다 > 만족스럽지 못한 리뷰를 올린다. > 배민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단 건 배송을 도입한다 > 배달비가 오른다. > 1인분 기준, 음식 값과 배달비가 거의 1:1 수준에 이르게 된다.
마케팅 비용의 증가
배달의 민족은 결코 배달비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태운다. 배달비 할인, 메뉴 할인 등등. 높은 비중으로 업주가 이 마케팅 비용을 부담한다. 또한, 현재의 배민은 거의 주문계의 포털사이트화가 되었기 때문에, 구글이 검색,키워드 광고를 하듯 배민 역시 상단 노출(오픈리스트)을 위한 판매입찰을 벌인다. 업주들은 배달 건수를 높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상단 노출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다.
업주들이 사용한 마케팅 비용은 어떤 식으로 메워질까? 답은 불보듯 뻔하다. 가격이 같다면 양이 줄어들 것이고, 양이 같다면 곧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 증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주문을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배달비가 얼마가 나오든 그 편의성에 익숙해진 나머지 습관적으로 주문을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문하는 소비자가 있는 한, 배달의 민족은 승승장구 할 것이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 역시 두둑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새로운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높은 배달비로 인해 포장을 이용하거나, 아예 시켜먹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잦다. 마켓컬리 등을 필두로 한 여러 밀키트 사업자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 배달음식과 함께 폭발적인 매출성장을 보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수요가 줄면 배달비도 줄어들 것이고, 이만큼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영업제한이 풀리고, 코로나 국면이 잠잠해진다면 이 배달붐도 주춤하는 때가 올 것이다. 도로에 수 많은 오토바이들이 곡예를 펼치듯 운전하는 모습을 볼 때, 주변 사람들이 저 위험한 오토바이 배달을 부업으로 삼아볼까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조금 답답하다. 과연 이상황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나는 모르겠다.
이 글에선 배민 뿐 아니라 카카오 모빌리티도 함께 다루려 했으나, 생각보다 배민만으로도 할애할 분량이 꽤 많아져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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